친구한테 설명해 보라고 하면 왜 갑자기 막힐까

읽을 때는 다 이해한 것 같은데 입 밖으로 꺼내려니 안 되는 경험. 그 지점이 정확히 모르는 곳이고, 10분이면 전 범위에서 그 지점만 골라낼 수 있습니다.

·약 5분

시험 전날 밤에 친구가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야, 완전경쟁시장에서 장기 이윤이 왜 0이 되는 거야?"

저는 그 챕터를 세 번 읽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입을 열었는데…

"어… 그니까 진입이 자유로우니까… 기업이 들어오고… 그래서… 어?"

3초 만에 막혔습니다. 분명히 아는 내용이었는데요.

읽기는 남이 만든 순서를 따라가는 일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교재를 읽을 때 저는 저자가 짜 놓은 순서를 그냥 따라갑니다. 막힐 일이 없어요. 다음 문장이 이미 거기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사실은 "읽는 동안 안 막혔다" 뿐입니다. 순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하나도 안 된 상태죠.

설명해 보기는 그 검증을 강제합니다. 설명하려면 순서를 내가 정해야 하고, 순서를 정하려면 뭐가 뭐의 이유인지를 알아야 하거든요.

절차는 다섯 줄입니다

  1. 주제를 하나 정해서 빈 종이에 씁니다. 범위는 좁을수록 좋아요. "미시경제학"이 아니라 "왜 완전경쟁시장에서 장기 이윤이 0인가" 정도.
  2. 아무것도 안 보고 설명을 씁니다. 듣는 사람은 그 과목 안 듣는 친구라고 가정하고요.
  3. 막힌 지점을 표시합니다.
  4. 그 부분만 자료로 돌아갑니다.
  5. 다시 설명합니다.

2번의 조건이 진짜 중요합니다. 전공 용어를 그대로 쓰면 이해 못 한 채로도 문장이 완성돼요. "한계비용이 한계수입과 같아지는 지점에서 생산한다"는 아무것도 모르고도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그 두 단어를 풀어 쓰라고 하면 그때 막힙니다.

① 좁은 주제 "미시경제학" 말고 "왜 이윤이 0인가" ② 안 보고 설명 그 과목 안 듣는 친구에게 하듯이 ③ 막힌 곳 표시 여기가 이 방법의 전부입니다 ④ 거기만 확인 전체를 다시 읽지 않습니다 ⑤ 다시 설명 또 막히면 ④로 돌아갑니다 한 주제에 10분이면 끝납니다
4번에서 전체를 다시 읽으면 이 방법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막힌 자리만이요.

막히는 방식이 정보를 줍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한계비용이 한계수입과 같아지는 지점에서 생산합니다." — 이 문장은 아무것도 이해 못 한 채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검이 안 돼요. 그 과목 안 듣는 친구한테 설명한다고 치면, 대개 여기서 막힙니다 01 다음 문장이 안 나온다 인과관계를 모름 02 용어를 풀어 쓸 수 없다 정의만 외움 03 예를 못 든다 적용 범위를 모름 04 "그래서 왜?"에 답을 못 한다 결론만 외움 막힌 자리만 자료로 돌아갑니다. 전체를 다시 읽지 않아요. 이게 시간을 제일 많이 아끼는 부분입니다. 한 주제에 10분이면 끝나고요.
설명이 매끄럽게 끝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어디서 막히는지 찾는 게 목적이에요.

막히는 형태가 대략 네 가지인데, 각각 다른 문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어떻게 막혔는지를 보면 뭘 공부해야 하는지가 나와요.

그리고 4번(그래서 왜?)이 제일 위험합니다. 이 상태는 시험에서 객관식은 맞히고 서술형은 못 쓰는 상태거든요. 본인은 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발견도 늦습니다.

혼자서 하는 요령 세 가지

말할 상대가 없어도 됩니다. 오히려 아래가 더 잘 잡혀요.

소리 내서 말하기. 머릿속으로만 하면 막힌 부분을 그냥 뛰어넘습니다. 뇌가 알아서 건너뛰어요. 소리를 내면 침묵이 생기는데, 그 침묵이 정확히 막힌 지점입니다.

녹음해서 들어 보기. 자기 설명을 나중에 들으면 "아 여긴 그냥 용어를 나열했네"가 명확히 들립니다. 말할 때는 절대 안 들려요.

그림으로 그리기. 관계가 있는 개념은 그림이 훨씬 정직합니다. 화살표를 못 그으면 관계를 모르는 겁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언제 쓰면 제일 이득인가

시험 3~5일 전

여기가 최적입니다. 범위를 한 번 훑은 상태라 설명할 재료는 있고, 구멍 메울 시간도 남아 있어요.

강의 슬라이드 제목을 목록으로 뽑아 놓고 하나씩 설명해 보세요. 막히는 항목에 표시하면 그게 남은 며칠의 공부 목록입니다. 전 범위를 다시 읽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릅니다.

서술형 있는 과목

서술형은 사실상 설명하기 시험입니다. 평소에 설명 연습 안 하고 서술형 보면, 아는 내용인데 문장이 안 만들어져서 점수를 잃어요. 저는 이걸로 몇 번 당했습니다.

팀플 발표 전

대본 외우는 것보다 이 방법이 낫습니다. 외운 대본은 질문 하나에 무너지거든요.

자주 나오는 반박 두 개

"쉬운 말로 바꾸면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나요?"

시험 답안에는 당연히 전공 용어를 써야 맞습니다. 쉬운 말로 푸는 건 점검 단계이지 답안 작성 방식이 아니에요.

그리고 순서가 중요한데, 풀어서 설명할 수 있으면 용어로 쓰는 건 언제든 됩니다. 반대는 안 돼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요."

한 주제에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10분이 "뭘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 때문에, 이후 공부 시간의 낭비가 크게 줄어요. 순수하게 남는 장사입니다.


참고로 그날 밤 저는 결국 친구한테 설명을 못 했고, 다시 챕터를 폈습니다. 그리고 30분 만에 알게 됐어요. 제가 모르고 있었던 건 딱 한 줄이었습니다. "왜 이윤이 있으면 기업이 들어오는가." 그거 하나 때문에 나머지가 다 안 이어졌던 거죠.

세 번 읽어서는 절대 못 찾았을 한 줄이었습니다.

이어서 읽기

전체 가이드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