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남았는데 범위를 하나도 안 봤을 때

벼락치기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이미 그 상황이 됐을 때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에요. 뭘 버리고 뭘 잡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

·약 4분

계획대로 안 되는 학기가 있습니다. 팀플이 터지거나, 감기에 걸리거나, 그냥 게을렀거나.

이 글은 시험까지 이틀 남았고 범위를 거의 안 봤을 때 남은 시간에서 최대치를 뽑는 방법입니다. 좋은 전략은 아니에요. 근데 아무 전략 없이 밤새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벼락치기가 망하는 세 지점

1. 1페이지부터 시작한다

순서대로 보면 시간이 반드시 중간에서 끝납니다. 그러면 뒤쪽 절반은 아예 못 본 채로 시험장에 가요.

근데 시험은 범위 전체에서 나오고 배점도 대체로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전 범위를 얕게 보는 게 앞 절반을 깊게 보는 것보다 거의 항상 낫습니다.

1페이지부터 순서대로 깊게 봤음 아예 못 봤음 시험은 범위 전체에서 나오고 배점도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오른쪽 절반은 그냥 버리는 셈이에요. 전 범위를 얕게 + 고배점만 깊게 얕게 얕게 얕게 진한 칸 = 기출 반복 주제 · 교수님이 강조한 곳 · 슬라이드 분량 많은 곳 같은 48시간인데 득점 가능한 범위가 두 배 넘게 차이납니다
1페이지부터 순서대로 보면 시간이 반드시 중간에서 끝납니다.

2. 이해하려고 든다

시간이 충분할 땐 이해가 최선이죠. 48시간 남았을 땐 아닙니다. 이해에 걸리는 시간이 예측이 안 되거든요. 어려운 개념 하나에 세 시간 빨려 들어가면 나머지가 무너집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해 안 되면 넘어가고 나올 확률 높은 것부터 확보하는 쪽이 총점이 높습니다.

3. 밤을 샌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잠을 없애면 그날 밤에 넣은 내용이 정착을 안 해요. 게다가 다음 날 판단력이 떨어져서 아는 문제도 틀립니다.

저는 이걸 두 번 겪고 나서야 인정했습니다. 최소 4시간, 가능하면 6시간은 자는 게 총점에 유리합니다.

48시간 배분

남은 48시간을 이렇게 씁니다 3h 12h 잠 6h 10h 잠 6h 인출 반복 지도 만들기 — 목차랑 기출 "문제만" 훑습니다. 풀지 않아요. 고배점 확보 — 기출 반복 주제 > 교수님이 강조한 곳 > 슬라이드 분량 많은 곳 순서로. 인출 반복 — 이제 읽지 말고 목차 보고 설명해 봅니다. 안 나오는 것만 다시. 버려도 되는 것 계산 길고 배점 작은 유형 기출에 한 번도 안 나온 부록·심화 선행 지식이 많이 필요한데 그것도 모르는 부분 절대 버리면 안 되는 것 정의와 용어 — 최소 시간에 가장 확실한 점수 기출 반복 주제 표·그래프 읽기 — 배점 크고 준비 시간은 짧음
수면 6시간을 계획에 넣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빼면 총점이 떨어집니다. 진짜로요.

첫 3시간을 "지도 만들기"에 쓰는 게 아깝게 느껴지실 텐데, 이 3시간이 나머지 45시간의 방향을 정합니다. 안 하면 45시간을 엉뚱한 데 씁니다.

그리고 기출을 풀지 말고 훑으라고 한 이유는, 이 단계에서 풀기 시작하면 한 문제에 30분씩 갇히기 때문이에요. 어떤 형식으로 묻는지만 보면 됩니다.

버리는 결정을 명시적으로 하세요

이게 핵심입니다. 버리는 결정을 안 하면 시간이 알아서 버립니다. 그러면 뭘 버렸는지도 모른 채 시험장에 가요.

위 그림 아래쪽이 기준입니다. 특히 정의와 용어는 절대 버리지 마세요. 투입 시간 대비 가장 확실한 점수입니다.

서술형이 있으면 용어부터

서술형은 부분점수가 있습니다.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도 관련 용어를 정확히 쓰고 구조를 갖추면 점수가 나와요.

그래서 시간 없을 때 서술형 대비의 최선은 용어 확보입니다. 각 단원 핵심 용어 다섯 개씩만 정확한 정의로 외워도 백지보다 훨씬 낫습니다.

시험 직전 30분

새로운 걸 보지 마세요. 이 시간엔 끝까지 안 외워진 항목 목록만 봅니다.

단기 기억에 올려서 시험장 들어가자마자 시험지 여백에 적어 두는 방식, 이거 진짜 효과 있습니다. 공식이나 분류 같은 거요.

근데 진짜 비용은 따로 있습니다

벼락치기의 진짜 손해는 그 시험 점수가 아닙니다. 그 내용이 다음 학기에 하나도 안 남는다는 것이에요.

전공 과목이면 다음 과목에서 그대로 대가를 치릅니다. 저는 통계학을 벼락치기로 넘기고 다음 학기 회귀분석에서 두 배로 고생했어요. 결국 통계학을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기 중에 하루 20분씩 간격 반복만 해도 시험 2주 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담은 작은데 효과는 누적돼요.

다음 학기엔 역산 계획 쪽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이 필요 없어지는 게 제일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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