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예쁘게 하는 데 시간 다 쓰던 시절
코넬·아웃라인·마인드맵을 다 써 봤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강의 성격마다 유리한 게 확실히 있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방식이든 통하는 원칙 몇 개.
·약 6분
한때 저는 필기 도구에 진심이었습니다. 색깔 펜 다섯 자루, 자, 인덱스 스티커. 노트가 정말 예뻤어요.
시험 기간에 그 노트를 펴 봤는데, 제가 뭘 이해 못 했는지가 하나도 안 적혀 있더라고요. 슬라이드를 예쁘게 옮겨 적은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필기의 목적이 두 개인데 저는 하나만 하고 있었다는 걸요.
- 강의 중에 집중을 유지하는 것
- 나중에 복습할 재료를 남기는 것
그리고 이 둘은 자주 충돌합니다. 받아 적기에 집중하면 이해가 빠지고, 이해에 집중하면 기록이 안 남아요.
코넬 노트
페이지를 세 구역으로 나눕니다.
핵심은 왼쪽 칸입니다. 강의 끝나고 오른쪽 내용을 보면서 "이걸 묻는 질문은 뭘까"를 만들어 적어요. 그러면 복습할 때 오른쪽을 손으로 가리고 왼쪽만 보면서 인출 연습이 그냥 됩니다. 따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어요.
맞는 강의: 개념 설명 중심. 사회과학, 이론 과목, 개론 수업.
안 맞는 강의: 판서 계산이 많은 수학·공학. 구역을 나눠 두면 계산 공간이 모자랍니다. 저는 미적분학에서 이걸 시도했다가 3주 만에 포기했어요.
주의: 왼쪽 칸을 안 채우면 그냥 여백 넓은 노트입니다. 실패의 90퍼센트가 여기예요. 강의 직후 5분을 꼭 확보하세요.
아웃라인
들여쓰기로 계층을 만드는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1. 시장구조
1.1 완전경쟁
- 조건: 다수 기업, 동질 재화, 자유 진입
- 결과: 장기 이윤 0
1.2 독점
- 조건: 진입장벽
맞는 강의: 구조가 명확하고 순서대로 가는 강의. 교수님이 슬라이드 목차를 따라가는 수업.
안 맞는 강의: 이야기하듯 오가는 강의, 앞뒤를 계속 참조하는 강의. 계층이 안 잡혀서 필기가 중간에 무너집니다.
요령이 하나 있는데, 강의계획서의 주차별 목차를 미리 상위 항목으로 적어 놓고 들어가면 훨씬 쉽습니다. 강의 중에 구조를 만들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거 알고 나서 아웃라인이 갑자기 편해졌어요.
마인드맵
중앙에 주제 놓고 가지를 뻗는 방식이죠.
추천하는 용법이 좀 다릅니다. 실시간 필기용으로는 별로예요. 강의 속도 따라가면서 배치를 정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공간 모자라거나 가지가 엉킵니다.
대신 복습용으로 쓰면 아주 좋습니다. 시험 2주 전에 과목당 한 장씩, 노트 안 보고 그려 보세요. 관계를 모르는 부분이 바로 드러납니다. 설명해 보기랑 같은 효과가 나요.
무슨 방식이든 통하는 네 가지
슬라이드를 그대로 옮기지 마세요
슬라이드는 이미 파일로 있습니다. 옮겨 적는 동안 이해는 안 일어나요. (이게 제가 예쁜 노트로 낭비한 학기의 정체입니다.)
노트에 남겨야 할 건 슬라이드에 없는 것입니다.
- 교수님이 말로만 한 예시
- 강조한 부분
- 학생 질문이랑 그 답
- 내가 이해 안 된 지점
이해 안 된 곳에 물음표
이거 하나만 해도 노트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물음표 있는 노트랑 없는 노트는 복습 효율이 완전히 달라요. 표시가 없으면 시험 기간에 전부 다시 봐야 하니까요.
강의 직후 3분
무슨 방식이든 이게 제일 값싼 투자입니다. 빠진 부분 메우고, 물음표 정리하고, 핵심 두세 줄 적기. 하루만 지나도 이 복원이 안 됩니다.
손글씨냐 타이핑이냐
타이핑은 빠른데, 그래서 생각 없이 받아 적기 쉽습니다. 손글씨는 느려서 요약하도록 강제되고요.
다만 계산 많은 과목이나 나중에 검색할 양이 많은 과목은 디지털이 낫습니다.
절충안은 강의 중엔 손으로 요점만, 강의 후에 디지털로 정리하는 겁니다.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복습 1회차가 돼서 일석이조예요.
정리하면
| 방식 | 강한 지점 | 맞는 과목 |
|---|---|---|
| 코넬 | 복습 질문이 자동 생성 | 개념 중심 이론 과목 |
| 아웃라인 | 구조 파악, 빠른 작성 | 목차대로 가는 강의 |
| 마인드맵 | 개념 간 관계 | 복습 단계, 범위 통합 |
셋 다 쓸 필요는 없습니다. 강의 중엔 아웃라인, 복습엔 마인드맵 정도 조합이면 웬만한 과목은 커버됩니다.
그리고 색깔 펜은 두 자루면 충분하더라고요. 다섯 자루는 그냥 제 취미였습니다.
이어서 읽기
형광펜 세 자루 다 쓰고 시험을 망쳤습니다
교재를 세 번 읽었는데 시험장에서 백지가 되는 이유. 익숙함과 기억은 다른 거였고, 저는 그걸 2학년 때까지 몰랐습니다.
복습을 몰아서 하면 왜 손해인가
같은 4시간인데 하루에 몰아 쓴 것과 나흘에 나눠 쓴 것이 한 달 뒤에 남는 양이 다릅니다. 간격을 어떻게 잡고 회차마다 뭘 해야 하는지 정리했어요.
3단원 문제는 다 맞혔는데 모의고사에서 틀리는 이유
한 단원씩 끝내고 넘어가는 방식은 연습할 때 잘 되고 시험에서 안 됩니다. 문제집이 대신 해 주던 일이 뭔지, 그걸 어떻게 뺏어 오는지 이야기합니다.
카드 300장 만들고 시험에 하나도 못 써먹었습니다
플래시카드는 만들기가 쉬워서 오히려 위험합니다. 제가 만들었던 쓸모없는 카드 유형 세 가지와, 한 장에 뭘 담아야 하는지 정리했어요.
